관광객 VS 여행자

대한독도신문 기자 / news@dokdonews.co.kr

입력 : 2018년 04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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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승

한국문인협회 회원
현 문예창작콘텐츠연구소 대표

나이가 들수록 대중가요의 ‘뻔한’ 가사들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어쩌면 그 ‘뻔한’ 것들 속에 진리가 담겨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으뜸가는 ‘최루탄’으로 신파극이 손꼽히는 것도 ‘뻔한’것에 담긴 진리 때문일 것이다.
1960년대 중반 최희준이 부른 대중가요 <하숙생>은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라는 뻔한 가사로 시작한다.
인생을 길에 빗댄 가사는 더없이 진부하지만 더 나은 비유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또한 적확하다. 한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현대인들은 나그네가 아니다. 나그네를 요즘 식으로 표현한다면 ‘나 홀로 여행자’쯤 될 것이다. 여행자는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집착하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이라야 하는데 우리는 과연 그런 영혼을 가지고 있는가. 여행자라면 나는 누구인지, 여기는 어디인지 끊임없이 자신에게 묻고 확인하며 살아야 하는데 우리는 과연 그렇게 하고 있는가.
여행자라기보다는 그저 눈앞에 펼쳐진 광경만 바라보는 관광객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요즘 세태대로라면 <하숙생> 첫 소절 ‘인생은 나그네길’을 ‘인생은 관광객 길’로 바꿔 불러야 되지 않을까.
가끔 ‘나 홀로 여행자’들을 보면 확실히 인생을 달관한 사람들 같다. 절간이나 교회에서 수 십 년간 수행하고 기도했다는 사람들보다 더 인생의 본질을 잘 꿰뚫고 있는 듯해 놀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내가 그동안 헛살아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음의 짐을 내려놓게 되어 홀가분하다.”
“오랫동안 나를 지배하던 미움과 원망을 떨쳐 버릴 수 있었다.”
“걷다 보니 잃어 버렸던 나 자신을 만나게 되더라.”
이런 말들은 장좌불와(長坐不臥) 10년 정도 한 선승(禪僧)들의 ‘클라스’에서나 나올 법한 말들 아닌가. 홀로 길을 가는 여행자는 누구나 수행자가 된다. 만행의 길을 가는 수행자[운수납자]는 누구나 여행자가 된다. 여행자는 수행자가 되고 수행자는 여행자가 된다. 길을 가는 것은 곧 道[길]를 닦는 것이요, 도를 닦는 것은 곧 길을 가는 것이다.
인생의 길을 가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관광객으로서 가는 법과 여행자로서 가는 법이 그것이다. 같은 길을 가더라도 관광객이 가는 길과 여행자가 가는 길은 엄연히 다른 길이다.
곧 봄이 오면 산천은 온통 길 가는 사람들로 뒤덮일 것이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도 딱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관광객과 여행자.
그 둘은 어떻게 다를까. 간단히 비교해 본다.
관광객은 떼로 몰려다니고 여행자는 홀로 다닌다.
관광객은 많은 짐을 가지고 다니고 여행자는 배낭 하나만 메고 다닌다.
관광객은 빨리 가려고 질러가고 여행자는 둘러가는 과정을 즐긴다.
관광객은 무엇을 보았다고 하고 여행자는 무엇을 느꼈다고 말한다.
관광객은 외부의 대상을 보고 여행자는 자신의 내면을 본다.
관광객은 아름다운 곳을 찾고 여행자는 가는 곳 마다 아름답게 한다.
관광객은 자신을 사진에 담고 여행자는 세상을 자신에 담는다.
관광객은 쓰레기를 남기고 여행자는 의미를 남긴다.
관광객은 돈이 떨어질까 두려워하고 여행자는 돈에 집착할까 두려워한다.
관광객은 기념품을 사고 여행자는 만나는 사람의 마음을 산다.
관광객은 항상 몽롱하고 여행자는 찰나찰나 깨어있다.
관광객은 남에게 묻고 여행자는 자신에게 묻는다.
관광객은 거대한 산과 건물을 보고 싶어 하고 여행자는 작은 풀과 돌을 보고 싶어 한다.
관광객은 먹고 마시는 즐거움을 찾고 여행자는 배우고 깨닫는 즐거움을 찾는다.
관광객은 일정표를 따르고 여행자는 자신의 의지를 따른다.
관광객은 춤추며 노래하고 여행자는 걸으며 노래한다.
관광객은 길을 찾고 여행자는 길을 만든다.
관광객은 관광지가 목적지이고 여행자는 자신이 목적지이다.
관광객은 다녀온 후 ‘재미있었다.’하고 여행자는 ‘의미 있었다.’한다.
관광객은 목적지에 가서야 행복하지만 여행자는 가는 도중에 이미 행복하다.
당신은 인생의 관광객인가 여행자인가.

대한독도신문 기자 / news@dokdonews.co.kr

입력 : 2018년 04월 01일